유전자 분석 통한 맞춤의학 시대 도래-서정선 교수
▲ 서정선 교수
국내 의학정보 처리 할 전문인력 양성 절실
“아무런 조치 없이 이 상태로 10년 이상 지나면 전 세계의 의료시스템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고비용, 저효율도 문제 지만 노인인구의 증가가 주는 사회적 부담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지구상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바이오산업계의 유대를 공고히 하고, 바이오 산업의 기술개발, 산업화촉진을 위한 구심체 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산업계의 대표 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국가 경제발전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미래의학을 진단하며 정보의학의 중요성과 원격 의료산업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명료하게 제시하는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으로부터 바이오산업과 국내 의료 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들었다.
“치료중심의 의료를 환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예방의료 방식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인 서 회장은 2009년부터 바이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회사와 글로벌 굴지의 제약회 및 바이오벤처 등이 정회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분야 및 IT기반의 바이오기업들의 회원가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바이오산업 네트워크인 한국 바이오협회는 1982년 출범한 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 (초대회장 정주영)에서 시작됐다. 1991년에 설립된 한국 생물산업협회, 2000년에 출발한 한국바이오벤처협회 등 세 개의 협회가 통합돼 2008년 한국바이오협회가 탄생한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바이오산업계의 랜드마크가 된 최초 민간 바이오 클러스터 ‘코리아 바이오파크’를 건립한 것은 2012년이다. 지하 3층, 지상 9층의 3개동으로 이루어진 이곳의 대지면적은 약 11만㎡에 이른다. 당시 사업비 1000억 원이 소요됐다. 이를 계기로 판고 바이오 시대의 중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글로벌 선진 국가들의 바이오산업 동향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체재에 대한 질문에, 서 회장은 “현재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곳은 미국이다. 바이오 산업은 규제와 다양하게 얽힌 이해관계자들이 많은 것이 산업의 난제에 해당하는데, 특히 유럽의 경우 EU통합을
거치면서 각 나라의 규제들을 통합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복지를 강조하는 유럽의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돼 있어 진취적 성향의 벤처기업들이 많이 탄생하기 에는 어려움이 있는 환경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가 주도하는데 이 중에서 영국이 제일 앞서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현직 의대교수로서 국제적 흐름을 간파하는 것이 매우 정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 회장의 국제 비즈니스 감각은 치밀하고 깊이 있는 학자적 전문지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학자이고 기업가인 그가 본 미래 의료산업
학자로써 바이오벤쳐 사업을 벌여 약 1000억 대의 매출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마크로젠 대표 서정선 회장은 “헬스케어와 융합된 생명공학기술은 예측불가능할 정도 로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의학 시대가 올 것 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일관되게 강조 하는 것은 정보의학 시대의 도래다.
“지구상 모든 나라가 앞으로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벗어나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에 부딪칠 수 있다.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적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유전체에 대한 연구가 기본이 된다.”
서 회장은 ‘10만 양병설’론을 주장했으며 그 이유 또한 매우 설득력 있다.
“한국, 중국 모두 정보의학으로 가야한다. 예전에는 의사들의 역할이 다그치고, 치료방법을 단정적으로 정해 주는 재판관 같았다면, 지금은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돌봐 주는 사람’, 대화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조언자’, ‘상담자’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
그는 “환자에게 올바른 처방을 내리기 위해 의사 단독으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의학정보와 기술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의사에게 전달해줄 ‘정보처리사‘ 역할의 ‘훈련된 전문가’들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1000명이라도 이러한 전문인들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의사의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의료수가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 정부가 의료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정책을 펴야한다. 바이오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인데, 정부가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책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현대 바이오기술은 초기 개인 게놈(Genome) 분석비용이 25억 달러였던 고비용을 1000달러로 낮췄다. 1983년도 PC 혁명에 비할 만하다. 아무도 생각 못한 기적과 같은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북방아시안계 표준 게놈을 제일 처음으로 분석한 장본인이다. 중국, 일본을 제치고 이 분야에서 선도적 길을 걷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는 그는 “지금의 바이오산업을 잘 다듬어 가면 세계를 선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바이오산업을 하려면 창업 밖에 다른 수가 없다. 자료가 없을 때는 경험을 빨리 하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관용이 부족하다. 패스트 팔로어는 모랄헤저드가 있다. 망하는 것도 공부다. 여러 길을 가보고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역설적 표현이지만 실패한 창업자 1000명이 다시 일어나 노력 한다면 정말 제대로 된 산업이 만들어 질 것으로 믿는다.”
▲ 한국바이오협회의 주요사업
그는 “한국 의사들의 수준은 매우 높다. 의료비가 저렴하고, IT 기반이 아주 잘 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가져가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사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정책입안자와 산업계가 자주 얘기하고 서로 설득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협회는 미래혁명을 대비해 공론화하고 정부와 산업계간의 의견 조율을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바이오는 환경에 순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반응을 해 우성유전자가 살아남게 된다. 이것이 진화의 흐름이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북방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정선 회장과의 대담은 끊을 수 없었다. 알찬내용으로 한 시간 내내 계속된 지혜담을 여기에 담기에 벅찰 정도다.
“어느 나라든지 망할 수 없는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하는 서 회장은 “결국 미래 는 IT를 기반으로 한 무병장수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가게 될 것이다. 바이오헬스 시장에 놀랄만한 혁명이 일어 날 것이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의료진단에 대한 일정한 규준이 없다. 즉 중국의술과 서양의학이 혼재 돼 있다. 우리만의 이익보다는 전체 공동체적인 인식으로 의료산업을 바라보면 한중 관계도 의료로서 묶을 수 있고 새로운 관계가 형설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홍익인간 정신과 맞는 것이다.”
유전체 분석에 있어 세계적인 전문가 서정선 회장의 게놈에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지극한 인간애가 깊게 서려 있다. 불안한 세계 경제상황에서도 국내바이오산업과 의료산업의 미래상이 밝게 그려진다.
소크라테스는 “Strong minds discuss ideas, average minds discuss events, weak minds discuss people” (강한 마음을 지닌 자는 아이디어를 논하고, 보통사람은 사건을, 약한 자는 사람들에 대해 논한다)라고 말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시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정연하게 정리된 기업인으로서의 글로벌 시장분석과 학자적인 전문 지식, 여기에 다양한 이익집단을 조화롭게 아우르는 포용력. 이 모두를 지녔기에 그가 이끌어가는 한국바이오협회뿐 아니라 국내 바이오산업은 훤하게 뚫린 8차선 대로를 걷게 될 것이 분명하다.
[환경미디어 문광주]
[2016. 08. 04 환경미디어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