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박성준 교수(의과대학 겸무) 및 연구팀 (이건희 박사, 현 부산대 교수), 이윤흠 박사과정, 서현엽 박사과정)이, 액체금속 복합체 기반의 50미터급 신축성 전자섬유를 연속 생산하고, 이를 실제 착용 가능한 스마트 의류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섬유는 사용자 친화적인 웨어러블 소자와 헬스케어 기기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아 왔지만, 기존 섬유형 전극은 인체의 움직임에 취약해 내구성과 전기적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기계적 변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액체금속(Liquid Metal, LM) 기반 전도성 소재가 연구되고 있으나, 누액(leakage) 위험과 대면적 생산의 어려움으로 실제 의류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금속 입자(LMP, Liquid Metal Particle)를 기능화된 고분자(TPU)로 감싸는 복합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고출력 소니케이션(sonication)을 이용해 고분자 사슬의 말단을 화학적으로 활성화하고, 입자 간 물리적 응집을 유도해 자연스러운 상분리(flocculation) 구조를 형성했다. 그 결과, 전도성 영역과 기계적 지지 영역이 이중 구조로 분리된 섬유가 완성돼 누액 없이 안정적인 전도성과 뛰어난 강인성, 신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이렇게 제작된 섬유 여러 가닥을 정밀하게 꼬아내는 비틀림 섬유(TSFtw) 구조를 도입, 실제 봉제가 가능할 정도의 두께와 기계적 강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옷감 위에 바느질하듯 전자섬유를 통합할 수 있었으며, 전원, 센서, 처리 모듈 등 다양한 전자 부품을 안정적으로 연결해 운동 중에도 끊김 없는 작동을 구현했다.
개발된 섬유는 얇고 유연하면서도 세탁, 강한 스트레칭, 반복적인 꺾임에도 성능을 유지하며, 의료용 스마트 의류, 웨어러블 인터페이스, 디지털 제어 장치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실제로 이 섬유를 이용해 심박 측정 센서, 무선 키보드, IMU 기반 모션 트래커,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디지털 의류를 제작하고, 일상 환경에서의 안정적인 작동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박성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능성 섬유 전극을 산업 규모로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한 사례"라며 "섬유에 전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실제로 입고 사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 즉 '입는 컴퓨터'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의 연구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그림. 고내구도, 고안정성을 가지는 신축성 전자 섬유에 대한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