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양숙 교수, 비만 상태에서 암이 빠르게 진행되는 원인 규명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암세포가 주변 지방세포를 조종해 성장을 위한 연료를 얻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 상태에서 암이 빠르게 진행되는 원인을 규명한 연구로, 향후 비만과 연관된 암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양숙 서울대 의대 교수팀(박사과정 윤정은씨)은 10일 연구 논문(HIF-1α/CCL2/PPARα 축을 통한 암–지방조직 대사 상호작용에 의한 종양 진행 기전 연구) 내용을 전하며 “비만이 암을 악화시키는 근본적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밝혔다. 비만이 호르몬 불균형이나 염증 증가로 암을 촉진할 뿐 아니라, 지방 세포 자체가 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조력자’ 노릇을 한다는 의미다.
연구에 따르면 암세포는 시시엘2(CCL2)라는 신호물질을 분비해 주변 지방세포의 지방분해를 유도하고, 이렇게 방출된 지방산을 연료로 삼는다. 지방 세포가 암 성장의 ‘에너지 공장’이 된 셈이다. 특히 지방산을 먹고 활성화된 저탄소반응단백질(HIF-1a)은 암의 성장과 전이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다시 시시엘2 분비를 증가시킨다. 비만일수록 암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이 쉽게 늘어나고, 이로 인해 지방분해를 유도하는 물질도 증가되는 악순환 구조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암과 지방세포의 상호작용을 파악하기 위해 비만 쥐 실험, 그리유방암 환자의 조직 분석, 3차원 세포 공동배양 시스템(실제 인체조직 환경을 모사하는 실험 방식) 등을 활용했다고 한다.
지방세포와 암세포의 관계를 드러낸 이번 연구는 향후 비만과 암을 동시에 지닌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암 치료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단순히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치료를 넘어, 암-지방조직 간 상호작용을 차단함으로써 비만 환자에서 나타나는 치료 저항성을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출처: 한겨레(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28358.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