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교수팀, 인체 감각 모사형 '이중 구배 감각 섬유'개발
| - 사람의 감각 원리를 모사해 예민한 층과 튼튼한 층을 한 가닥에 담은 섬유 센서 개발 - Thermally drawn dual-sensitivity fibers capture subtle physiology and large-scale motion within a single strand. |
[연구필요성]
섬유형 웨어러블 센서는 1차원 구조 덕분에 일반 옷감에 바느질하듯 꿰매거나 직조해 넣을 수 있어, 굴곡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체 표면에도 부담 없이 밀착한다. 평범한 일상복이나 장갑을 그대로 첨단 헬스케어 기기나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로 탈바꿈시킬 수 있어, 궁극의 웨어러블 형태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섬유 센서는 단 하나의 민감도에만 의존해 감도와 측정 범위 사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맥박처럼 미세한 변형에 최적화된 센서는 관절이 꺾이는 큰 움직임에서 신호가 포화되거나 끊어져 버리고, 반대로 큰 움직임에 맞춘 센서는 맥박이나 호흡 같은 미세한 생체 신호를 읽어내지 못한다. 이는 마치 정밀 저울로는 사람의 몸무게를 잴 수 없고, 체중계로는 가벼운 반지 무게를 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센서를 이어 붙이는 방식도 시도되었으나, 전선 연결과 센서 보정의 부담이 커져 섬유 본연의 편안한 착용감을 잃을 뿐 아니라, 응답 특성이 비슷한 센서끼리는 결국 중복된 정보만 내놓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센서의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단 한 가닥의 얇은 섬유 안에서 동일한 움직임을 서로 다른 감도로 나누어 받아 상호보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연구진은 인체의 고유수용감각(proprioception)이 지닌 역할 분담 원리에 주목했다. 생체 조직은 하나의 수용체가 모든 크기의 자극을 감당하는 대신, 같은 위치에 놓인 여러 요소에 감도를 분담시켜 자극의 크기에 따라 주된 정보원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원리를 재료 수준에서 구현해, 미세한 떨림을 잡는 고감도 층과 큰 움직임을 잡는 저감도 층을 하나의 실 안에 통합한 '이중 구배(Dual-gradient) 감각 섬유'를 개발했다.
두 층을 따로 만들어 코팅하거나 접합하는 방식은 관절이 구부러질 때마다 경계면이 벗겨지기 쉽다. 연구진은 설계된 단면 구조를 가열해 가늘고 길게 뽑아내는 '열인발 공정(Thermal drawing process)'을 도입해, 두 층이 처음부터 한 몸으로 뽑혀 나오도록 했다. 연구진은 유변학과 침투 이론을 함께 고려해 전도성이 확보되는 하한과 안정적인 인발이 가능한 상한 사이의 좁은 조성 창을 규명하고, 그 창의 양 끝을 각각 고감도 층과 저감도 층으로 택했다. 공정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두 층의 성격 차이를 최대로 벌린 것이다.
이 섬유의 고감도 층은 ~10% 수준의 미세한 변형 구간에서 저감도 층보다 4배 이상 예민하게 반응하며, 저감도 층은 최대 160%의 큰 변형까지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두 층은 항상 같은 순간을 함께 기록하지만, 변형이 커질수록 유효한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가 고감도 층에서 저감도 층으로 바통을 넘긴다. 덕분에 맥박 같은 미세한 생체 신호부터 팔꿈치·무릎이 크게 꺾이는 운동까지 사각지대 없이 계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단 1 m 길이의 섬유 한 가닥만 꿰맨 '스마트 글러브'를 통해 이 기술을 입증했다. 이중 구배 섬유는 두 감각 층의 진폭과 시간적 전개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며, 관절마다 고유한 신호 비율이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해 어떤 관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짚어낸다. 그 결과 센서 개수를 늘리지 않고도 21종의 복잡한 손동작을 단일 감도 센서 대비 10% 이상 향상된 89.2%의 정확도로 구별해 냈으며, 수어 알파벳의 실시간 번역, 야구 투구 그립 식별, 가상 피아노 연주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시연했다.
이번 연구는 센서와 채널의 수를 늘리는 대신 섬유 소재의 설계 자체로 상호보완적인 정보 구조를 부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소한의 배선과 보정만으로 풍부한 운동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향후 헬스케어 모니터링은 물론 재활·운동 분석, 차세대 웨어러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등 정밀 웨어러블 공학 분야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문]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 박성준 교수(의과대학 겸무) 및 연구팀(이윤흠 박사과정, 전성하 박사, 김민 박사)이 KAIST 전산학부 조성호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감도가 서로 다른 두 감지층을 한 가닥에 집적한 '이중 구배 감각 섬유'를 개발해, 맥박·호흡 같은 미세 생체신호부터 큰 관절 운동까지 단일 섬유로 측정하고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웨어러블 섬유 센서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감도와 측정 범위의 상충 관계를 소재 설계 단계에서 해소하려는 접근에서 시작되었다. 섬유형 센서는 옷에 꿰매거나 직조해 인체 곡면에 밀착시킬 수 있어 연속적인 생체신호 계측에 유리한 기술이다. 그러나 기존 섬유 센서는 대부분 하나의 응답 특성에 의해 지배되어, 미세 변형에 맞추면 큰 움직임에서 포화·표류하고 큰 움직임에 맞추면 약한 생리 신호를 놓치는 문제가 있었다. 정밀 저울로는 몸무게를, 체중계로는 반지 무게를 잴 수 없는 것과 같은 제약이다. 센서를 여러 개 배치하는 방식도 시도되었으나, 전달 특성이 비슷한 채널끼리는 중복된 정보만 내놓을 뿐 배선과 보정 부담이 커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인체의 고유수용감각 체계에 주목했다. 근육 속 감각기관은 하나가 모든 변형 영역을 담당하는 대신, 같은 자리에 놓인 여러 요소가 감도를 나눠 맡아 움직임의 크기에 따라 주로 일하는 쪽이 자연스럽게 바뀐다. 이에 연구팀은 열인발 공정이라는 방법을 이용, SEBS 탄성 고분자에 카본블랙과 탄소나노튜브를 채운 두 가지 복합체를 하나의 연속된 가닥 안에 동축으로 집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관건은 필러 농도였다. 필러가 적으면 전도 경로가 쉽게 끊겨 감도가 높아지는 대신 동작 범위가 좁고, 많으면 큰 변형까지 견디는 대신 감도가 낮아질 뿐 아니라 용융체의 유동성이 나빠져 열인발 공정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이에 연구팀은 유변학과 침투이론의 공동 설계를 통해, 전도성이 확보되는 하한과 안정적인 인발이 가능한 상한 사이의 좁은 조성 창을 규명했다. 그리고 그 창의 양 끝을 각각 고감도층과 저감도층으로 택함으로써, 공정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두 층의 성격 차이를 최대로 확보했다.
새롭게 개발된 이중 구배 섬유는 미세 변형에 민감한 고감도층과 큰 변형까지 견디는 저감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감도층은 저변형 구간에서 저감도층의 네 배가 넘는 감도로 손목 맥박과 호흡을 읽어냈고, 저감도층은 약 160% 변형까지 동작하며 팔꿈치·무릎 운동을 담아냈다. 주목할 점은 두 층이 담당 구간을 나눠 갖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층은 언제나 같은 순간을 함께 기록하되, 변형이 커지면 주된 정보 기여가 고감도층에서 저감도층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러한 전환에는 별도의 스위치나 제어 회로가 개입하지 않으며, 성격이 다른 두 층이 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어난다. 그 결과 어느 변형 구간에서도 최소한 한 층이 유효한 정보를 제공해, 사각지대 없는 계측이 가능했다.
또한 연구팀은 길이 1m의 섬유를 단 한 가닥만 꿰맨 스마트 장갑을 제작해 실용성을 입증했다. 안팎 층을 동일 조성으로 맞춘 대조군은 두 채널이 거의 같은 파형을 내어 정보가 중복되었으나, 이중 구배 섬유는 같은 동작에서도 두 채널의 진폭과 시간적 전개가 서로 달랐고, 관절마다 고유한 신호 비율이 나타나 일종의 지문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센서 개수를 늘리지 않고도 손동작 21종을 89.2%의 정확도로 구분했으며, 이는 단일 감도 대조군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나아가 이 장갑은 미국 수어 알파벳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다양한 문장을 인식했고, 야구 투구 그립 판별과 가상 피아노 코드 연주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
박성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센서를 더 많이 붙이는 대신, 재료의 조성과 공정 설계만으로 실 한 가닥 안에서 감각의 주도권이 상황에 따라 넘어가도록 만든 사례"라며, "인체가 감각을 분담하는 방식을 재료 수준에서 구현함으로써, 측정 범위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의 질 자체를 높이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 'Advanced Materials' 에 게재됐다 (논문명: 1-D Collocated Dual-Gradient Sensory Fibers for Comprehensive Sensing and Decoding of Complex Human Motion and Physiology).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및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으며, 서울대학교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연구결과]
1-D Collocated Dual-Gradient Sensory Fibers for Comprehensive Sensing and Decoding of Complex Human Motion and Physiology
Yunheum Lee†, Sungha Jeon†, Min Kim, Joonhee Won, Jinwook Yeo, Kyunghyun Jo, Soyeon Lee, Kieun Park, Yechan Yang, Chul Kim, Gun-Hee Lee, Seunghwa Ryu, Sungho Jo, Seongjun Park*
(Advanced Materials, e74328 (2026))
https://advanced.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ma.74328
감도가 서로 다른 두 감지층을 하나의 실 안에 일체형으로 집적한 이중 구배 감각 섬유를 개발해, 맥박·호흡 같은 미세 생체신호부터 대관절 운동까지 단일 섬유로 정보 손실 없이 계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유변학과 침투 이론의 공동 설계로 찾아낸 조성 창의 양 끝을 고감도층과 저감도층으로 삼아 열인발 공정을 통해 동축으로 집적함으로써, 기존 섬유 센서가 벗어나지 못했던 감도와 측정 범위의 상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이 이중 구배 섬유는 인체 고유수용감각의 감도 분담 원리를 바탕으로 변형이 커질수록 주된 정보원이 고감도층에서 저감도층으로 저절로 이동하는 특성을 구현했으며, 단 한 가닥만으로 21종의 복잡한 손동작을 구분해 차세대 웨어러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 연구자
○ 성명 : 박성준
○ 소속 :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 의과대학 교수
○ 연락처 : 02-880-8835 seongjunpark@snu.ac.kr
박성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센서를 더 많이 붙이는 대신, 재료의 조성과 공정 설계만으로 실 한 가닥 안에서 감각의 주도권이 상황에 따라 넘어가도록 만든 사례"라며, "인체가 감각을 분담하는 방식을 재료 수준에서 구현함으로써, 측정 범위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의 질 자체를 높이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림설명]
▲ 그림. 인체의 감도 분담 원리를 모사해, 변형의 크기에 따라 주된 감지층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이중 구배 감각 섬유의 개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