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ment of Biomedical Sciences, SNU

묵인희 단장 “치매 발병 전 예방·조기 치료 가능한 국립치매센터 필요하다”

2023-12-22l 조회수 208

한국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묵인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수는 고령화 사회에서 함께 해결해야 할 치매의 대표적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 방법과 조기진단을 위한 지표를 연구하는 등 기초연구부터 치료제 실용화에 힘쓰고 있다. 묵 교수는 지난 11월 20일 학술·예술 등 전문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여성, 단체에 상을 수여하는 ‘2023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을 수상했다. 묵 교수는 뇌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기초연구를 수행하면서 27년 동안 약 210편의 국제 우수 학술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가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으로 역임하고 있다. 그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2023 삼성행복대상’ 여성창조상을 수상하셨어요.

“감동적이었습니다. 다른 분야 수상자에 대해 알게 되니까 대단한 분들이셨어요. 이 상을 받은 게 감사하고, 훌륭한 분들이랑 같이 상 받으니까, 자긍심이 더 높아졌어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기 어려웠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국가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는요.

“저희가 1단계 지나고 2단계 2년 차예요. 1단계 때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부터 시작했어요. 사무실도 없었고요. 임시 사무실에서부터 해서 사무국에 들어오는 날 기뻤습니다. 예타(예비타당성)조사 하면서 지적받은 사항이 치매 연구자가 많으냐는 지적을 받았었거든요. 공고 내고 지원받으면서 쟁쟁한 치매 연구자들이 많은 걸 느꼈어요. 제 역할은 그분들이 성공적으로 (연구를) 종료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였어요. 선정된 분들이 발전하시는 걸 보면서 좋았습니다. 뚜렷한 성과는 치매치료제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것들이 5건이나 나왔어요. 우리나라 치매 연구도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실용화된 조기 진단 기술도 3개나 돼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게 기뻤습니다. 좋은 논문도 많이 냈고, 좋은 논문 내신 분은 상도 많이 받으셨어요. 함께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뇌 과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학길에 오르셨다고요.

“1986년에 미국으로 유학하러 갔어요. 학교 다니면서 뇌 과학이나 면역학에 대한 강의가 하나도 없었어요.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관한 서적은 있었지만, 자세하게 배울 수 있는 통로가 없었어요. 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유학길에 올랐고요. 해외를 처음 나갔던 것 같아요. 모르면 두려움도 없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는데요.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게 힘들었어요. TA(수업 조교) 시험을 봐야 했어요. 시험에 붙어야지 생활비도 나오니까 영어로 말하기 듣기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이 나요. 유학하러 가서도 말이 필요 없는 수학 과목은 100점 받았어요. 유학 갈 때 결혼하면서 갔어요. 가서 아기가 생겨서 아기 낳고 공부하다 보니 정신없이 20대가 지나갔어요. 포닥(PostDoc, 박사후 연구원)할 때, 남편이 아이 데리고 한국에 먼저 갔을 때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조금은 여유롭게 연구할 수 있던 유일한 시기였어요.”

-동물학을 전공하셨습니다. 동물학을 전공하신 계기와 신경과학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는요.

“동물학과라는 이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요. 입학했을 때는 자연대학으로 들어갔고, 1학년 지나고 과 선택을 해요. 예전에 생물학을 식물학, 동물학, 미생물학으로 나누셨어요. 생물학이 3개로 나뉘어 있는 거죠. 사람에 관심 있으면 동물학을 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졸업할 때쯤 분자생물학과로 바뀌긴 했어요. 분자생물학, 유전학을 많이 배웠고 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어요. 대학원은 뇌를 배우겠다 해서 신경과학에서 시냅스 형성 과정으로 박사를 했어요. 포닥 하면서 평생 연구할 분야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령화 사회가 될 거고, 나이 드신 분의 질환에 관한 연구를 해보고 싶다 하면서 논문을 읽었어요.”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셨나요.

“학위 마치고 1995년부터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시작했어요. 알츠하이머병이 1995년에 학위를 받았을 당시만 해도 알려진 게 없었어요. 미지의 세계인데 고령화 사회와 함께 환자는 늘어나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포닥할 때부터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로 알려져 있어요. 치료제 개발하는 데 있어서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인데요. 세계 최초가 제일 힘듭니다.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2021년 6월 FDA 승인을 받았어요. FDA에서 조건부 승인을 하더라고요. 세계 최초로 치료제가 나왔으니까, 치료제가 많이 나오겠다고 예상했더니 두 번째 치료제가 올해 나왔고 세 번째 치료제가 내년에 나와요.”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시대는 언제쯤 올까요.

“완치라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암도 정복했다고 하지만 종류에 따라 완치됐다는 얘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어요. 치매는 나이가 들면서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알츠하이머의 원인도 하나둘씩 정복되고 있어요. 원인이 하나가 아니거든요. 다른 기전에 관한 치료제도 계속 나올 거고 그 원인을 제거했는데 증상은 30%만 좋아졌어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원인물질의 병에 대한 기여도가 30%라는 거잖아요. 타깃도 정확해져서 더 좋은 치료제가 나올 것 같아요. 알츠하이머병에 안 걸렸어도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나빠지잖아요. 완치 개념은 노인 퇴행성 질환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해요.”

-한국의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어디까지 진행됐나요.

“한국이 잘해요. 임상하고 컴퓨터 시스템, 데이터, 빅데이터 잘 다루시잖아요. 외국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되고요. 임상 시험하는 게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일일생활권으로 KTX로 연결돼서 훨씬 빨리 돼요. 저희가 5년 차 들었는데도 환자 모은 게 1000명을 넘어서고 있거든요. 임상 전반 시스템이 잘 돼 있고, 데이터 사이언스가 잘 받쳐주고 있어요. 영상의학도, 기초 연구도 잘하시는 분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아주 잘하세요. 사업단 하면서 자부심이 많이 생겼어요. 한국에서도 원인 치료제 개발하고 있는 회사가 20개 정도 돼요.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거고요. 경쟁력이 있는데 단 한 가지 문제는 임상 3상을 할 때 돈이 엄청나 들거든요. 기하학적 숫자의 돈으로 지원할 만한 큰 규모의 회사가 없어서요. 외국 회사에 팔거나 아니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도 큰 규모의 다국적 회사들이 생기면서 끝까지 끌고 갔으면 좋겠어요.”

-여성 과학자로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체력이 실력이에요. 주변에서 마음으로라도 같이 서포트해 주면 힘이 될 것 같고요. (여성들이) 가사, 육아, 업무 등 과도한 일에 지치잖아요. 체력이 받쳐주면 지치는 정도가 덜하고 학생한테도 체력을 기르라고 권합니다. 여성 과학자에게는 조직에 있을 때 일에 대한 제안이 왔을 때 주저하지 말고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권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자신감도 더 생기고, 네트워킹도 잘되고요. 연구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가야 해요.”

-인생에서 기뻤던 순간은.

“저희는 과학자잖아요. 실험하면서 일희일비해요. 저희는 논문 써서 제출하면 출판 허가가 나요. 제일 기뻤을 때는 원하는 결과가 나왔을 때예요. 이메일에서 억셉트(채택)가 됐다 리젝트(게재 거절)가 됐다 하는데 억셉트 됐다고 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쁨이 들어요.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르실 것 같아요. 노력에 대한 보상이잖아요. 작은 기쁨들이 모여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하나하나가 모두 기뻤어요.”

-국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치매 환자 가족이 힘들잖아요. 정책이 관리나 돌봄에 치우쳐 있어요. 환자는 점점 늘 거고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거든요. 저는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예방하고, 관리하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게 지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해요.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20년 전부터 발병하거든요.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 가면 손쓸 수가 없어요. 20년 전에 진단받을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요. 치매 진단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국립치매센터가 생겼으면 해요. 55세 이상인 분들은 피검사로 진단받고 고위험군은 집중 관리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인생의 목표는.

“개발하면 좋은 치료제가 되겠다 하는 타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치료제 개발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관련 연구를 열심히 해서 후배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을 닦아놓고 은퇴하고 싶고요. 치료제 개발을 해야지 생각이 드니까 더 집중돼요. 유명한 정신과 선생님을 뵀는데요. 이제 은퇴하시거든요. 저에게 은퇴 대비하라고 충고하시더라고요. 저는 은퇴 이후에 다른 봉우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오를 작정입니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앞으로 사회와 후배들에게 그동안 배운 지식과 지혜들을 환원하는 삶을 살고 싶고요. 새로운 취미 즐기는 걸 시작했어요. 피아노도 치고 꽃꽂이도 배우고 그림 공부도 하고 나의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묵인희 교수는 서울대학교 교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 서울대학교 치매융합연구센터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애리조나대학교 대학원 신경과학 박사, 서울대학교 동물학 학사 과정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의학과 생화학교실 교수다. 묵 교수는 뇌 질환 연구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달성해 왔다. 특히 뇌 내의 면역세포 병인에 작용하는 기전을 면역 대사 관점에서 규명하기도 했다.


출처: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3548